[2003년 6월12일]
한동안 세연에게 장난감 공급이 뜸했었다.
다빈이네 (세연엄마 친구 딸이름 : 세연보다 2달 빠름)를 가면 널려있는 장난감에 흠뻑 젖는 세연에게 미안한 감이 있었던지... 세연엄마 오랫만에 장난감을 사주러 가자는 것인데.. 집구석이 하도 좁은지라 뭘 또 사냐고 핀잔을 줬지만, 다빈이네 단골 장난감집을 가기전에 잠시 드른 다빈네 장난감을 보고.. 야릇한 오기가 생기는 것이다.
'우리 세연이도 다빈이 만큼 사줄꼬야... 세연엄만 집구석에서 뭐하는 거야 애 장난감도 하나 안사주고... 흑흑 세연아 아까 집구석 쫍다고 엄마 핀잔 준거 미안~~'
합정동 근처에 있는 장난감집에 가서 세연 막내고모네 선물 등 몇몇 장난감을 고르고, 세연이 장난감은 [슈슈] 인형으로 낙찰을 봤다. 2종류가 있었는데, 작은게 3만5천원이가 했고, 큰게 7만원 정도 하던데.. 뭐 크기도 크려니와 말도 하고 그런다 그러고, 세연에게 둘중 어느거 할래 하니깐 큰인형을 두고 "이거 이거" 하는 통에 큰 슈슈인형을 샀다.
슈슈인형이 뭐냐고... 백화점이나 애들 옷 전문매장에 가 보면 옷 입혀놓은 사람 비슷해 보이는 아기 인형있다. 그게 슈슈란다....하여간, 장난감을 사서 돌아오 그날 저녁 자그마한 사건이 벌어졌으니...
집에 도착해서 쇼핑한 물건 이것 저것 정리하고 세연에서 슈슈를 뜯어 줬다.
슈슈를 보고 껴안고 앉았다 일어났다. 옆에 뉘었다. 우유도 먹였다. 그러던 세연이가 뭔가 불만인양 슈슈의 얼굴을 자꾸 주물러 대는 것이었다.
"애가 왜 저러는 거지?"하고물으니 세연엄마 왈 "인형을 눕혀도 눈을 안 감아서 그러는가봐, 건전지를 넣줘요. 그러면 눕히면 눈을 감는 다니깐"
애들 정서에 안좋을것 슈슈를 살짝 빼앗아서 얼른 등짝에 건전지를 넣어주었다.
슈슈 : 아빠..아흐~~~얌냐....
세연이 신기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놈의 슈슈 비싼 놈이라서 그런지 눕힌다고 바로 눈을 감는게 아니었다. 눕히면 쌔근쌔근 소리를 내며 약간의 잠투정을 하는 것이었다. 설명서를보니 안고 흔들면 좀 빨리, 그냥 누이면 2분을 기다려야 잠을 잔다는 것이다.
이런 답답할때가.. 하루 웬종일 길가에서 시달려 잠을 자고 싶은 세연에게는 2분의 시간이 도무지 기다려 지지 않는지, 슈슈의 눈을 가리며 잠을 자라고 그러고, 잠을 안자는 슈슈를 보면서 속을 태우고 있는 것이었다.
보다 못한 세연아빠 슈슈를 안고 설명서 대로 좌우로 너댓번 흔드니 스르륵 눈을 감고, 약한 코골이를 하는 슈슈 ' 아 이젠 됐다' 싶어 세연에게 넘겨줬고, 세연은 슈슈를 옆에 두고 나란히 눕는데,슈슈를 잘못건드린 세연... 그때부터 슈슈는 프로그래밍 한대로 울어 제끼기 시작했다.
난리는 지금부터 슈슈의 울음에 깜짝 놀란 세연은 슈슈야 울지 말라면서 얼굴을 만져 대더니 급기야 슈슈의 입을 손으로 막고, 흔들더니 같이 울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울음을 빨리 그치게 할줄 모르던 아빠 엄마는 우는 슈슈와 세연이를 보면 어안이 벙벙할 따름...
"여보 아무래도 인형 잘못 사줬나봐... 세연이 슈슈가 사람이라고 생각하나봐"
"그러게, 세연아 슈슈 안 아파 아빠가 안 울게 할께"
그런 말은 이미 세연에게 소용이 없었다. 앙앙 거리는 슈슈의 입을 한 손으로 틀어 막고, 머리를 이불에 쳐박고 대성통곡을 하는 세연이를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후로 아빠 엄마는 슈슈가 사람이 아니라 인형이라는 것을 설명하느라 무려 1시간을 넘게세연이하고 씨름을 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