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앵 애앵~~"
"또 시작이야, 정말 미치겠네"
늦은 새벽, 엄마의 짜증 섞이 목소리와 함께 온 방안을 진저리 나게 흔들어대는 세윤이 앵앵 소리에 눈을 떴네.
어젠가 옆집에 사는 호정이네 놀러 갔다가 발가락을 다친 세윤이.
아빠도 예전에 축구를 하다 상대편 골문앞에서 그 놈의 한골이 뭔지 그걸 넣겠다고 달려든 아빠편과
그걸 막겠다고 발길을 내젖는 상대편 선수들 사이에 끼어 막대자석의 반대극 처럼 가까이만 가면 요리 조리
도망가는 공을 골대에 넣어 보겠다고 힘차게 발길질을 한게 그만 육중한 골대 지지대를 차는 바람에
엄지발가락이 통통해진 경험이 있었는데...
호정이네 피아노 의자에 앉아서 노는 언니들 (세연, 호정) 을 따라 할 수 밖에 없는 본능질주.
따라쟁이 심세윤이 피아노 의자에 오른 순간은 바로 언니들이 그 자리를 피하는 순간이 되어 버렸다네.
넘어지는 의자를 보며 슈퍼걸 엄마는 다치기만 하면 수난인 머리통을 보호하는데는 성공했는데,
피아노 의자 모서리는 끌어 안은 세윤이 발끝으로 떨어지고 말았다네요, 엄마말이
(솔직히 머리는 제대로 지킨건지 의심이 되지만 말이야)
세윤이 발가락은 그 옛날 축구골대에 피격당한 아빠의 발가락 마냥, (어쩜 오른쪽도 똑같을까)
발톱 아래 검붉은 핏물이 고이기 시작하면서 퉁퉁 부었지.
그 새벽에 고생은 시작.
시큰시큰한 발가락 때문에 가뜩이나 새벽에 한두번 엄마젖을 빨아야 하는 너의 호출 주기가 너무나 짧아 진거야.
뜬 눈 반, 감은 눈 반.
다행히 아픈기운이 하루만 가고 다음 날 부터는 그리 보채지는 않더군.
하지만, 무슨 신주 단지 다루 듯 그 놈의 발가락에 뭔가가 닿기만 할 량이면 예를 들어 외출을 하려 할 때 양말을 신기려할 때 "아퍼, 아퍼~" 하면 연신 연좌를 하는 세윤이....
왜, 얘를 다치게 해서 저런 꼴을 보게 하는지...
발가락과 관련된 일이면 무조건 엉덩이를 빼 도무지 (아빠가) 무슨 짓을 못하게 해,
성질을 돋구는세윤이도 짜증나고...,
그래서, 니 엄마한테 간간히 구박도 날리고 그러다 보니 같이 언성도 높이고
하여간, 세윤이 애물단지야.
그런데 말이야,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엄지발가락 천장 뚫어져라 발딱 세우고,
세윤이 아프다고, 세윤이 좋아하는 갈치구이 올린 엄마 밥상에
누가 뺏어 먹을까 칼발로 통통통 달려가는 우리 세윤이 모습이
모든 속상함을 잊게 한다. 어쩜 그리 우숩게 달려가니...
아파서 좋은 건 그 모습이 보여주는 웃김 흐뭇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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