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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똘
사랑하는 우리딸들... 하루 하루 너희가 커가는 모습에서 신기한 행복을 느낀다. 언제가 네게 이런 아빠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하루하루의 기쁨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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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0. 18. 12:54 세연 대한민국 적응기


이번 여름휴가는 쩐문제, 숙박문제 등등이 꼬이면서 방콕 휴가를 보냈다. 그런데, 말이 방콕휴가지 이건 원거리 여행을 하는 것보다 더욱 힘들었으니, 거의 매일을 수영장에 가서 세연이 돌보느라 등짝이 홀랑당 베껴지고 제대로 된 수영 한번 못해보고 지낸 그야 말로 세연이를 위한 노력봉사 기간 이었다.

그중 한 날, 친구네와 함께 노래방을 간 적이 있었는데, 세연이 난생 처음 가본 노래방이라 그런지 처음엔 어리 둥절 해 하더니, 친구네 언니, 오빠들 마이크 잡고 불러대는 동요에 막판 흥을 생글리더니, 끝나기 15분 전 부터는 아예 마이크를 놓지도 않는 것이었다.

"세연아 다음에 아빠가 또 데려올께"

"다음에 세연이 꼬옥 데려와야돼"

"그래, 세연아 그러니깐 마이크 갖다두고 와 우리 가자"

이날의 약속을 지키려고 동네노래방을 찾는데는 무려 1달 반이란 시간이 걸리게 됐다.

노래방에 들어서자 마자 세연이는 마이크를 잡고 놓치를 않았다.

마침 마이크가 2개 다 온전해서 망정이지, 우리 두 부부는 반주만 듣다가 나올 뻔 한 위기의 순간..

와이프가 즐겨보던 드라마인 "구미호 외전"에 OST 몇 곡 부르고, 난 .. 글쎄 잘 생각안나는데.. 뭐 한곡 부르고 나머지는 모두 세연이의 동요잔치

노래방 기계의 카운터가 "000"에 가까와 질수록 초조한 불안감이 찾아왔다.

'세연이 이거 계속 부른다고 땡깡부리면 큰일인데 어떡하지...'

그런나, 이러한 불안감은 기우였을 뿐 막상, 시간이 끝나자 세연이는 신기하게도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건만 마이크를 들고 총총이 마이크 꽂이로 다가가 거치해 놓는 것이었다.

"세연아, 누가 그렇게 하라 그랬어"

"저기다, 붙여 놓는 거야, 이거 (마이크)"

우후 똑똑한 우리딸 (웬 팔불출) 일전에 친구네랑 노래방가서 게네 아이들이 마무리한 장면을 기억해서 였던지, 아니면 오늘 들어온 노래방의 처음상태를 기억해서 였는지는 몰라도, 땡깡 안부리고 가야할 시간에 아무런 저항(?) 없이 그것도 주변 정리까지 솔선수범 해주는게 너무도 고마웠다.

주저리 주저리 서론이 길었고.. 글 제목 왜 "내가 어린애냐" 인지는 이제부터...

노래방을 나오는데, 주인 아줌마 왈

"재미있으셨으요, 가족끼리 좋겠네요... 아유 우리 얘기 너무 좋겠네. 다음에 또 와요"

"네, 안녕히 계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얘기야 안녕.."

말없이 나가는 세연이...

"세연아 ! 인사 왜 안하지.. 아줌마가 안녕이라쟈나"

그래도 말없이 나가는 세연이.. 평소 같으면 이정도 재미있게 논 기분이면, 큰 목소리의 대답이 있으련만...

지하 노래방에서 1층으로 몇계단 올라가는데,

세연이의 중엉거리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내가 얘기냐 ! 심. 세. 연. 이지!!"

posted by 심똘